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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냉장고, 집주인이 주워다 준 중고 명품 냉장고 (오디오북|자막) Horror ホラー [공포 미스테리 극장] 소리나는 책방 창작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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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8
소리나는 책방 구독하기 https://bit.ly/3ilM4x0 소리나는 책방 회원가입 https://bit.ly/3im3k50 소리나는 책방 후원하기 https://toon.at/donate/help-sori 공포 미스테리 극장 '붉은 냉장고, 집주인이 주워다 준 중고 명품 냉장고'는 집주인이 길에서 주워다 준 명품 냉장고를 받은 후 벌어지는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과연 냉장고를 들인 원룸 자취생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그 기묘한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 볼까요? 등장인물 : 나, 집주인, 화물차 기사 구독, 좋아요, 알림 감사합니다. 주 3회 이상, 순수 창작물을 소리, 글, 영상으로 전합니다. 글 : 사포 작가 목소리 : J.T & 본 영상제작 및 자막 : 스컬리 비즈니스 및 문의 : sunwoongb@naver.com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소리나는 책방은 방송작가 출신 배작가와 여러 작가님들이 모여 ...
자막

새벽 3시였다. 목숨을 구걸하며 거리를 헤매던 꿈 속의 내가

수치심과 공포에 몸서리치다 퍼뜩 깨어나는 시각이었다. 꿈에서 깨면 안도할 틈도 없이 숨소리부터 죽였다.

그리고 몸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눈동자만 굴려 자고 있던 방안을 둘러보았다.

얇은 커튼으로 스며든 가로등 불빛이 네 평 남짓한 원룸 안을 훤히 들여다보듯 비추고 있었다.

늘 그렇듯 방안은 잠들기 전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구형 노트북 PC가 놓인 컴퓨터 책상,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두어 벌 걸린 옷이 전부인 가지형 옷걸이, 음식을 해먹기엔 턱없이 불편한 한 칸짜리 싱크대가

각자의 자리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보였다.

몇 달 전 집주인이 예고도 없이 찾아와 의기양양하게 설치해 주고 간 물건이었다.

레트로 디자인에 강렬한 레드 컬러를 입힌 이탈리아산 명품 중고 냉장고 그것이 온 방안을 비웃듯 압도하며 매끈하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 안에서 어김 없이 속삭임이 들려왔다. "문 열어. 나 추워..."

공포에 질려 눈물이 고였지만 울거나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끝까지 모르는 척 못 들은 척 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 추워, 빨리 문 좀 열어봐. 자기야..."

몸은 굳은 채 눈동자만 굴려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을 쳐다보았다. 창 밖에서 스며든 가로등 불빛만이 이 공포에서 나를 구해 줄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희망은 오래 가지 않았다.

"거기가 아니잖아. 여기, 여기를 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귀를 막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찌익 하는 소리와 함께 냉장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놀리듯 속삭였다. "니가 안 열어주면 내가 열면 되지!"

나는 냉장고를 가져다 준 집주인을 원망하며 이를 갈았다. 그날 이 냉장고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 큰가? 280리터 밖에 안되는데 여기 놓고 보니까 꽤 크네." "그래도 명품이니까 한번 써봐, 학생. 응? 괜찮지?"

나는 학생이 아니었지만 호칭을 바로잡을 상황이 못 되었다. "저는 미니 냉장고만 아니면 좋겠다고 말씀 드린 건데..."

"이렇게 큰 건 좀...방도 좁은데..." "대신 방이 훤해졌잖아. 일단 써 봐요."

"좀 쓰다가 정 좁아서 불편하면 그때 바꿔 줄게." "나 이거 싣고 오느라고 진짜 고생했어."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반지하 방에 이탈리아산 명품 냉장고라니.

냉장고 설치를 끝낸 화물차 기사가 전기코드를 콘센트에 꽂더니 만족한 듯 웃으며 말했다.

"작동 잘 됩니다. 거 봐요, 버려졌다고 다 망가진 건 아니라니까." "사모님 운도 좋으시네. 아니지, 학생 운이 좋은 건가?"

화물차 기사도 덩달아 나를 학생이라고 불렀다. 집주인이 화물차 기사를 흘겨보고는 변명하듯 말했다.

"길에 오래 안 있었어. 누가 내려놓고 가는 거 보자마자" "이 기사님 만나서 바로 싣고 온 거야. 열어 봐, 완전 새 거야."

찜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냉장고 없이 살고 싶지 않았고 이 방 외의 선택지는

창문 없는 고시원으로 되돌아가는 것밖에는 없었다. 미니 냉장고가 싫었던 것도 고시원 생활이 떠올라서였을 만큼

나는 그 시절을 지우고 싶었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집주인은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신발을 신고 있었다.

순간 중요한 한 가지가 떠올랐다. "참, 아주머니. 저기, 곰팡이요!"

"응, 뭐?" 나는 손가락으로 컴퓨터 책상 위 천장에서부터 벽을 타고 내려오는

오래된 습기와 검은 곰팡이를 가리켰다. "벽이 계속 젖어요. 곰팡이도 심해지고."

"아아, 저거는 결로야. 결로는 실내에 습기 안 차게 환기만 자주 시키면 괜찮아져요." "학생이 고시원에서만 살았다더니 잘 모르는구나?"

"어느 집을 가도 결로는 어쩔 수 없는 거야." 내가 고시원에서만 살았었다고 말을 했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곰팡이는..." "그건 락스 사다가 고무장갑 끼고 수세미로 박박 닦으면 돼요."

"우리 집도 그러고 살아. 싸게 살면 그 정도는 해야지." "아우, 나 이제 진짜 가봐야 돼, 학생. 늦었어."

"냉장고 조심해서 잘 써요!" 집주인이 가고나자 화물차 기사도 신발을 신고 따라 나섰다.

그는 잠깐 고개를 돌려 나와 냉장고와 곰팡이를 번갈아 한번씩 쳐다보고는 인사도 없이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난감한 심정으로 천장부터 벽을 타고 내려오는 곰팡이를 쳐다보았다. 누런 물기를 먹고 자라는 검은 얼룩이 불길하게 번져가고 있었다.

그때 냉장고의 은근한 소음이 부드럽게 청각을 건드려왔다. 은색의 기다란 손잡이를 잡고 냉장고문을 힘주어 연 순간

비릿하고 역겨운 악취가 훅 끼쳐왔다. 여기저기 지저분한 얼룩들도 눈에 띄었다.

락스는 이 냉장고에 더 필요해 보였다.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나는 생전 처음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행복의 근원은 뜻밖에도 냉장고였다. 이 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탈리아 산 명품 냉장고가

취업이 막혀 침잠해 가던 내 삶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물론 시작은 좋지 않았다.

입사지원서에 기재하기 위해 뒤늦게 에스엔에스 계정을 만들었던 날 나는 충격과 우울을 동시에 겪었다.

다른 에스엔에스 유저들의 보송보송 빛나는 삶과 나의 누추하고 우울하고 눅눅한 곰팡이 같은 삶이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벽을 검게 잠식해가는 곰팡이를 보자 슬그머니 분노마저 치밀었다.

그때 우웅 하는 익숙한 소음이 부드럽게 나를 감쌌다. 레트로 디자인에 매혹적인 레드 컬러를 입힌 명품 냉장고가

새삼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마치 에스엔에스를 위해 연출된 한 장의 사진처럼

화려하고 유쾌하고 보송보송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도 저렇게 살 수 있어, 너한테는 이제 내가 있잖아. 나는 이끌리듯 스마트폰을 들어 카메라를 작동시켰고

냉장고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자태를 앵글이 꽉 차도록 채워 넣었다. 집주인이 원룸에 다시 찾아 왔을 때

나는 에스엔에스에 새로 업로드할 요리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천원 숍에서 구입한 작은 나무 도마와 식도, 단출한 식기 몇 개를 늘어놓고

자취생을 위한 소박한 밥상을 차려내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올린 영상들 보다 많은 조회수를 얻을 수 있으리라

희망에도 부풀어 있었다. 처음 에스엔에스에 냉장고 사진을 올리며

[ 명품 냉장고를 모시고 사는 네 평 원룸 자취생 ] 이라는 자조 섞인 타이틀을 달았던 것이 뜻밖의 호응을 얻은 덕분이었다.

집주인이 주워다 준 명품 냉장고라는 스토리도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누군가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보라는 아이디어까지 보태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이력서 쓰기를 멈추고 아르바이트도 줄여가며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고 나와 소통하는 구독자와 팔로워가 눈에 띄게 증가해 있었다.

이제 막 수익도 생길 참이었고 희망이라는 반가운 단어가 내 삶의 문 앞에 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현관문을 두드린 건 희망이 아니라 집주인이었다. "이게 다 뭐야? 아니 어떻게 집을 이렇게 엉망으로 쓸 수가 있어, 응?"

"이봐요, 학생.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아주머니, 저 학생 아닌데요."

"뭐? 지금 그게 문제야? 세상에 이 곰팡이 좀 봐." 혀를 차며 방안을 둘러보는 집주인을 따라 나도 오랜만에 방안을 둘러보았다.

눅눅한 습기와 검은 곰팡이가 온 벽을 차지해버린 것 말고는 대체 뭐가 엉망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곰팡이는 원래부터 이 방의 일부였지 않은가. 집주인의 호들갑이 계속되었다.

"학생 눈에는 이게 안 보여, 응?" "아주머니, 저 학생 아니라고요!"

"뭐? 아, 몰라. 좋아, 그래. 자기야, 이거 안 보여?" "온 집안이 곰팡이로 뒤덮였잖아! 락스로 조금씩 닦아주고 환기만 시키면 되는 걸"

"어떻게 집을 이 지경으로, 지금 이런 방바닥에서 음식을 만들어?" "뭐야, 이걸 또 찍고 있었네? 어우, 기막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카메라는 냉장고와 음식을 조리하는 작은 공간만을 클로즈업할 뿐인데.

"그리고 월세는, 월세가 얼마나 밀렸는지 알고는 있어?" "자그마치 3개월이야, 3개월! 얼마 되지도 않는 월세 때문에"

"득달같이 쫓아오기도 그래서 전화를 그렇게 했는데도 안 받고!" "뭐 전화만 피하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았어?"

귀찮았다. 유일하게 걸려오는 전화가 집주인의 월세 독촉전화라는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주인의 전화를 차단하고 에스엔에스에만 집중했다.

그 세상에서 나는 성실하게 취업을 준비하며 알뜰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건강하고 의욕에 찬 청년이었으니까.

집주인의 눈길이 노트북 PC에 가 닿았다. 내 에스엔에스 계정의 보송보송 빛나는 사진들을 본 그녀가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아주 잘 살고 있었네. 월세 내는 것도 까먹고"

"집은 이 꼴로 만들어놓고, 그치?" "더 말할 것도 없네. 당장 방 빼요!"

"월세 두 달 넘게 밀리면 법적으로도 퇴거시킬 수 있는 거 알지?" "당장 방 안 빼면 나도 이 방 사진 찍어서 바로 올릴 거야."

"방을 곰팡이 천지로 만들어 놓고 월세까지 떼먹은 사람인 걸 알면" "뭐라고들 할지 모르겠네. 흥!"

정신이 확 들었다. "아주머니, 죄송해요. 저 곧 돈이 들어올 거예요."

"월세 금방 낼 수 있어요. 다음 달이면..." 집주인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안 그래도 여기 두기 아까웠는데 잘됐네. 당장 이 냉장고부터 실어 가야겠네." 정신이 혼미해져 왔다.

'실어간다고, 이 냉장고를? 내 희망의 근원을?' "아주머니, 저 이 냉장고 없으면 안돼요. 이제 겨우 수익이 나려고 하는데..."

"이러지 마시고 조금만...한 일주일만이라도..." 집주인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시끄럽고 냉장고나 비워요!" "내가 그때 그 화물차 전화번호를 저장해 뒀는데, 어디 보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집주인의 목덜미를 노려본 이후 벌어진 일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냉장고 손잡이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늘어지던

집주인의 피 묻은 손이었다. 내 희망을 짓밟고도 모자라 이 아름다운 냉장고를 더럽힌 그녀를

나는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 천원 숍에서 산 나무 도마가 붉게 물들고

값싼 식도의 날이 부러져 못쓰게 되고 촬영 도구이던 스마트폰은 부품 사이사이 흘러들어 응고된

붉은 액체로 인해 모든 작동을 멈춰 버렸다. 내 소박한 식재료를 보관했던 아름다운 냉장고는

그 강렬한 컬러 만큼이나 붉은 피를 머금었던 조각난 살덩이들의 관이 되어버렸다.

고단한 노동을 모두 마치고 시계를 보았을 때 하루 하고도 열두 시간이 지난 새벽 3시가 되어 있었다.

왜 아직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집주인은 행선지를 밝히지 않았던 것일까,

바깥세상에서 그녀의 흔적이 사라진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월세가 밀린 세입자를 의심하는 합리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인가.

창 밖의 가로등 불빛이 태양빛으로 바뀌고 냉장고의 환청이 사라지면 나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초조한 질문들을 반복해서 던졌다.

또 다시 꿈 속에서 목숨을 구걸하고 다닐 나와 잠이 깬 후 시작될 공포를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졌다.

외로웠다. 이제 내 곁에 살아있는 것은 어느새 세간살이에까지 탐욕스럽게 옮겨붙은

검은 곰팡이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지독한 외로움을 끝낼 수 있을까...

"자기야, 나 추워. 제발 나 좀 꺼내줘..." 새벽 3시의 속삭임은 이제 서러운 울먹임이 되어 있었다.

"나 집에 가고 싶어. 보내주기만 하면 돼. 그러면 다 괜찮아져, 응?" "괜찮아진다고?"

"나를 꺼내서 문밖에 내놔. 그래, 쓰레기처럼!" "쓰레기처럼?"

"미화원이 가져갈 수 있게 봉투에 넣어서, 쓰레기차에 실을 수 있게..." 두 갈래의 목소리가 겹치고 있었다.

"그러면 다 괜찮아질 거야. 아무도 모를 거야." 속삭이는 것은 냉장고가 아니었다.

속삭임은 내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돼. 나한테는 이 멋진 냉장고가 있잖아." 나는 다시 희망에 겨워 냉장고문을 활짝 열었다.

냉장고 불빛이 내 얼굴 가득 희망의 미소를 비춰오던 그 순간 방문이 부숴질 듯 벌컥 열렸고 더 환한 빛과 고함들이 밀려 들어왔다.

눈이 부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내 몸을 바닥에 짓누른 후 수갑을 채웠다.

비로소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동시에 부질 없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 저 매혹적인 물건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희망과 노력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이 끔찍한 허기로부터

나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울고 싶었는데 웃음이 나왔다.

방 안을 잠식해버린 검은 곰팡이만이 나와 함께 웃어주고 있었다. 폐가전제품의 마지막 종착지인 자원순환센터 앞으로

빈 1톤 트럭 한 대가 정차했다. 낯익은 화물차 기사가 상기된 미소를 지으며 트럭에서 내려섰다.

그는 빈 카트를 밀고 서둘러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낯익은 냉장고 한 대를 조심스럽게 싣고 나왔다.

트럭 앞에 다다른 기사는 홀린 듯한 눈길로 때묻은 냉장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만히 손을 대 어루만지며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번엔 어디로 가실까요? 나의 주인님..."